이효정([email protected]), 2024년 05월 17일 20:00 작성

인터넷에서 무언가 검색을 하는 상황을 상상해 봅시다. 브라우저를 열고 주소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별다른 선택을 하지 않아도 구글(Google) 창으로 연결됩니다. 스마트폰에서 인터넷 앱을 열 때에도 자동으로 구글에 접속되지요. 이처럼 검색을 할 때 구글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유는 운영 체제나 브라우저에서 구글이 “기본 검색(default search)”으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구글을 향한 기본 검색 반독점 소송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는 검색 엔진을 ‘선택’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구글에 대해 9개월 간 이어져 왔던 기본 검색 반독점 소송이 지난 3일 구글의 변론을 끝으로 마무리되어 이제 최종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선고일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늦어도 올해 하반기 또는 연말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美 법무부 vs. 구글, 양 측의 입장

미국 법무부가 기소한 구글의 기본 검색 반독점 소송은 구글이 독보적인 검색 엔진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하여 반독점법에 위반하는 불법적인 거래를 했다고 혐의한 데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작년 9월 12일 정식으로 시작하였으며, 아미트 메타(Amit Mehta) 워싱턴 D.C. 연방법원 판사가 재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IT 기업 구글의 본체 격인 검색 엔진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이번 소송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올해 2월 기준 검색 엔진 시장 점유율 순위. 출처: Statcounter GlobalStats

올해 2월 기준 검색 엔진 시장 점유율 순위. 출처: Statcounter GlobalStats

소송 과정에서의 핵심은 구글이 여러 기기에서 기본 검색으로 채택되기 위하여 매년 기업들에게 거금을 전달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애플(Apple)이 대부분의 금액을 차지하였는데, 2021년에는 180억 달러(약 24조 5000억 원), 2022년에는 200억 달러(약 27조 2000억 원)를 지불하였습니다.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구글이 자사 서비스 사용을 요구하며 금전적 거래를 한 것은 ‘타 기업의 진입을 막고 경쟁을 제한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구글이 이러한 독점 관행에 대한 내부 문서를 의도적으로 파기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문제는 더욱 불거졌습니다.

구글 측은 자사의 높은 점유율이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며, 애플에게 지급된 금액 또한 좋은 품질을 바탕으로 따낸 거래의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아마존(Amazon)의 쇼핑 검색, 틱톡(Tiktok)의 영상 검색 등과 끊임없이 경쟁해 왔으며, 대규모 AI 투자 흐름이 가져오는 큰 변화의 흐름이 구글 검색의 지위를 언제든지 흔들 수 있다는 식으로 변론하였습니다.

판결이 미치는 영향

판결의 쟁점이 되는 것은 경쟁사들이 구글과 비교하여 품질 향상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구글의 독점적 지위가 사용자 경험에 악영향을 미쳤는지 등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구글의 사내 문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덕덕고(DuckDuckGo) 등 경쟁사들의 증언, 그리고 LLM 검색 엔진의 가능성 등이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타 기업이 개선된 제품이나 전략을 수립하여도 구글에 대항할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면 반독점법 위반이 성립하는 것이지요.

만약 구글이 소송에서 진다면 기업의 사업 구조 자체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검색 기능은 인터넷 사용 데이터와 직결되므로 앞으로 구글의 AI 전략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나아가 검색 기능을 사용하는 유저들에게 노출되는 광고가 구글 수익의 약 75%를 차지하는 만큼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 생활에도 큰 파장이 일 수 있는데요, 구글이 패소할 경우 구글 검색 엔진이 안드로이드나 크롬 브라우저 등과 강제 분리될 수 있어, 검색 엔진을 선택하거나 해당 기기가 계약한 다른 엔진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연달은 반독점 소송

사실 미국 정부가 반독점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상대는 구글 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4대 빅테크 기업인 구글·애플·아마존·메타(Meta) 모두 반독점 소송에 휘말려 있지요. 애플은 지난 3월, 금융 기업들을 자사 탭투페이(Tap to Pay) 기능으로부터 차단한 점, 아이폰이 타사 기기와 연결하기 어렵게 되어있는 점 등 5가지 요소에 대해 미국 법무부로부터 기소를 당했습니다. 아마존의 경우 자사 서비스를 사용하는 판매자들만 잘 눈에 띄게 하는 전략을 이용했다고 의심받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17개 주(州)가 소송을 제기하였고, 마지막으로 메타 역시 2022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인스타그램(Instagram)과 왓츠앱(WhatsApp) 인수를 문제 삼으며 시작한 소송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지요.

왼쪽부터 구글 CEO 선다 피차이,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 애플 CEO 팀 쿡. 출처: 조선일보

왼쪽부터 구글 CEO 선다 피차이,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 애플 CEO 팀 쿡. 출처: 조선일보

이처럼 최근 들어 미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 강경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그 이유로는 정치적 이슈를 비롯한 다양한 요소가 꼽히지만,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을 살리기 위함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몸집이 비대해지자 정부가 시장 생태계를 살리고자 중소 기업들의 진입을 돕는다는 것입니다. 2021년 7월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이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견제를 포함한 ‘미국경제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대기업을 향한 정부의 개입은 시장의 역동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소비자가 최고의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실제로 2021년 미국인의 3분의 2가 빅테크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다는 것을 통계가 나오면서, 대중들 역시 미국 IT 시장에 변화가 필요함을 느낀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